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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비밀

악은 선을 알지만선을 악을 모른다. - 프란츠 카프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대신 감옥에 간 유정은 그것이 바르게 사랑하는 길임을 믿는다. 나쁜 사람들에게 정당한 죄값을 치르게 하고,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도훈의 사람됨을 믿는다. 마침내 검사가 되어 자신의 꿈을 펼칠 도훈이 살인죄로 그 꿈이 꺾이는 것은 잔인하고도 어리석은 일임을 믿는다. 자신을 구해주고, 아버지도 보살필 거라는 도훈의 약속을 굳게 믿는다. 선은 이렇게, 악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도훈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잠재의식 속에서, 유정이 자신을위해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음을. 사법고시와 자신의 집안 일 뒷바라지 해온 유정의 전화를 피하면서선 자리에 나가는 도훈에겐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나간 거라는 핑계가 있다. 그 시간 유정이가 대놓고 괄시하고 눈치 주는 도훈 어머니의 구박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음을 그가 과연 몰랐을까? 도훈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헌신을 못이기는 듯 받았고 은연중에 당연시했다. 자기합리화는 악의 또 다른 얼굴임을, 자신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도훈은 알지 못했다. 악은 선을 알고 (은근히) 이용하지만 이렇듯 자신의 본성은 알지 못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죽인 원수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비밀>의자극적인 설정 뒤에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흥미로운 주제가 담겨 있다. 인간의 선함과 악함이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하는 문제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여자를 발판 삼아 권력과돈, 그리고 그에 걸맞는 여자까지 쟁취하려는 배신의 아이콘, 악의화신, 안도훈은 악마가 모든 이들 속에 들어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에겐 늘 변명거리가 존재한다. 피할 수 없었던 빗길 속 상황이, 내 옆에 타고 있던 아무 것도 모르는 내 약혼자가, 나 하나만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부모가, 나를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여자가, 이난국을 헤쳐나가기엔 그녀보다 나은 내 사회적 위치가.그에게 단 하나의 선택지만을 남겨 놓는다. 아니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한다.

 

그러나 유정에 대한 미안함이 어느새 빚을 지고 있다는 부담감으로 바뀌고 언젠가는 비밀이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지면서 도훈의 선택은 오로지 일신의 안일과안녕을 중심으로만 움직인다. 사랑하는 여자는 자신의 죄와 추함을 끊임없이 확인하게 만들기에 마주하기가 끔찍해진다. 아니, 정말 그가 마주하기 두려웠던 것은 가면 뒤에 숨은 자기 자신이다.숱한 고난 속에서도 변함없이 선하고 그래서 더욱 강한 그녀를 본다는 건 약하기 때문에 악해진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유정을 지켜 보는또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방관자다. 주변인이다. 자기 인생을 한 번도 주체적으로 산 적이 없는 인간이다. 사랑하는 여자와 자신의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강압적인 아버지 탓으로만 돌리기엔 그가 한 일이 너무없다. 자책하지만 기껏 한다는 짓이라곤 자살 기도 정도다. 그것도 집안이 정해준 배필이자 죽마고우에게 찾아와 시위하듯 보여준다(친구가 눈앞에서 죽으면 그 뒷감당은 어쩌라는 것인지). 민혁에게 세상은 옳고 그름의 구분보다는 내 편과 남의 편, 혹은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으로 나뉜다. 그래서 그에게 사랑은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마음이라기보다 내 편이자 내 것의 의미가 더 크다. 소유욕과 집착의 사랑 방식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아이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감히 내 것을 건드린 여자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또 다른 집착으로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선과 악의 경계에선 아이와 같던 민혁은 한 여자를 똑바로 바라봄으로써 달라진다. 고등어찌개 속에서 진정한용서의 가치를 느끼고, 달리는 차에 온 몸을 던지면서까지 누군가를(그리고 자신의 믿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존재함을 본다.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에서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그렇게도 부정하고 싶었던 사랑이엄연히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두 남자 사이에서 있는 유정에게도 죄가 있다. 어쩌면 이 모든 비극의 원죄는 그녀가 만들었다. 진실을 숨긴 죄가 그것이다. 그녀는 착하고 꿋꿋했지만 어리석었다. 어리석은 결정이 때론 악의보다 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그녀는 몰랐다. 선은 악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의를 가장했던 도훈의 추악한 맨 얼굴이 낱낱이 드러날 때, 자신의 선택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왔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누구보다 착했던 유정이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드라마<비밀>은 인간 내면의 비밀을 캐내는 열쇠를 과연 어디로 던져 줄지... 기대된다.

 

 

<내 연애의 모든 것> 힘의 논리와 밀실 연애

현실적으로 “힘”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있어도 실현할 수가 없다. 대한국당 고대표 주장하고 아마도 그의 신념이 되어 버린, “힘이 있는 곳에 선 의지도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케케묵은 논쟁거리를 살짝 뒤집으면, 수단이 있는 곳에서 좋은 목적이 나올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 내용보기

<내 연애의 모든 것> 음펨바 효과

드라마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보다 캐릭터에 좀 더 깊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달리 호흡이 긴 드라마의 경우 이야기 구조 상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할 수 없으므로 캐릭터적 매력이 없으면 흥행하기 어렵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50부작 이상의 드라마를 오로지 캐릭터의 매력 하나만으로 끌고 나갈 힘을 가질 수 있으니, 이병훈 감독... » 내용보기

<내 연애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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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2012)

추억을 파는 모든 방송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첫사랑을 찾아본다거나 스타의 동창생을 모아놓고 얼굴 알아보기 테스트를 한다거나 하는 추억여행, 왠지 낯간지럽고 어색하다. 그래서 추억의 도시락을 파는 식당이라든가, 만화방과 같은 곳도 찾아가 볼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 느낌, 그것을 온전히 간직하는 쪽이 더 좋을뿐더러... »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