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ry Potter and Deathly Hollows(2007)
by J. K. Rowling
* 스포일러 잔뜩 함유 *
해리포터의 마지막 권을 지난 일요일(7월 30일) 오전에 다 읽었다. 틈나면 하루에 250~300 페이지 정도씩 읽어치웠으니, 페이지는 잘 넘어가는 편이다. 중반부가 역시 좀 늘어지고, 액션 씬을 언어로 구성하는 면에 있어선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6권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내려고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다. 예상대로, 시리즈에 등장했던 거의 모든 인물들(엘프와 거인, 각종 동물(?)들 포함)이 한차례 이상씩 거론되고, 시리즈에 나왔던 거의 모든 장소들에 한차례 씩 가본다. 그 장소들에는 호그와츠 학생들이 수백 년간 잃어버린 물건들이 보관된 방과 Room of Requirement 그리고 Hogsmeade, Forbidden Forest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새로운 장소들도 등장한다. 해리 3인방이 덤블도어의 유지를 받들어 볼드몰트의 Horcrux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이 이야기의 2/3를 차지하고 있는데, 데쓰 이터를 피해서 장소를 옮겨 다니는 통에 각지를 떠돌게 된 탓이다. 이들 중에는 Godric's Hollow와 같이 해리가 태어난 곳이기는 하나 최초로 방문하게 되는 곳도 있다. 해리의 부모가 죽고 묻힌 장소를 돌아보는 것은 시리즈 마무리 차원에서 반드시 거쳐 가야 할 통과의례일 것이다. 어쩌면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그곳에서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소설의 주 무대였던 호그와츠만한 곳이 없었나 보다. 마지막 Horcrux(영혼의 일부가 숨겨진 물건)을 찾기 위해 해리 일행이 호그와츠로 찾아가고, 그곳에 데쓰 이터와 볼드모트, 그리고 불사조 기사단과 D. A(덤블도어의 군대)가 결집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면전이 소설의 말미에 비로소 펼쳐진다.
마지막 권을 해리의 내면에서 보자면, 덤블도어의 의도에 대한 의심과 회의가 한 축을 이루고, 다른 하나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악의 화신과의 교신이다.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덤블도어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숙제를 해리에게 던져준다. 해리는 해답을 찾기 위해 덤블도어의 의중에 무엇이 있었을까를 고민하다가 슬슬 덤블도어의 진실성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그도 그럴 것이 홀크럭스 찾기가 거의 “맨땅에 헤딩하기”였던 것이다). 덤블도어의 삶과 거짓말(The life and lies of Albus Dumbledore)이라는 리타 스키터의 책을 통해 덤블도어가 Grindelwald(덤블도어가 물리친 Dark Wizard)와 19살 무렵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토록 존경해온 스승님을 더욱 못 믿게 된다. 덤블도어에 대한 신뢰가 약해짐과 더불어 해리는 이마에 난 흉터를 통해 볼드모트의 vision을 본다. 마지막 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어구들이, (Harry's scar was throbbing, burning, prickling, seared)다. 정말 해리의 이마는 허구한 날 아프다. 흉터가 아플 때마다 해리는 볼드모트가 되어 그의 악행을 관찰한다. 해리와 볼드모트의 연결은 해리 쪽에서 악의 군주를 보는, 일방적인 것임에도 허마이오니는 Occlumency(정신침투를 방어하는 마법) 마법을 익혀 정신을 방어해야 한다고 해리에게 주장하기도 한다. 해리의 정신적인 혼란은 Deathly Hollows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극에 달했다가(홀크럭스를 찾아 다녀야 할지 볼드몰트가 쫓고 있는 무적의 Wand를 찾아나서야 할지 몰라서 더더욱), 불쌍한 House-elf Dobby의 희생적 죽음으로 인해 제정신을 차린다. 덤블도어의 명령을 따르기로 하고 호크룩스를 파괴하기 위해 그린고츠(고블린들이 지키는 마법사 은행)에 침투하는 것이다.

2권에서 해리가 parsletongue(뱀의 말)을 할 수 있음이 문제가 되었을 때부터 해리와 볼드모트의 교감(?)은 전 시리즈를 통해 조금씩 진행되어 왔다. 급기야 4권에선 해리의 피로 볼드몰트가 육신을 취하고, 5권에선 해리의 몸 안으로 그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악의 제왕과 그것을 물리칠 영웅이 어떠한 동질성을 지닌다는 점은 시리즈 전체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이는 볼드몰트 자신이 머글과의 혼혈임에도, 마법사 혈통과 순혈을 중시하고 머글들을 지배하에 두어야 한다는 정책을 펴는 문제와도 연관된다. 즉 모든 인간은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이는 머글과 마법사에 관계없이 동일한 인간의 공통적 특성이라는 거다. 중요한 세 명의 인물, 덤블도어, 해리포터, 그리고 볼드몰트가 모두 하프 블러드(혼혈)임은 이를 잘 말해준다. 최고의 현자로 일컬어지는 덤블도어도 과거엔 어머니와 여동생을 돌보지 않았고, 나쁜 친구의 영향으로 머글들이 마법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우월주의에 빠졌었다. 볼드모트의 머글 혐오증과 어둠의 마법을 숭배한 배경에는 불행한 어린 시절이 자리 잡고 있다. 마녀 어머니를 버린 비정한 아버지 톰 리들에 대한 증오가 자라서 머글 전체로 퍼졌고, 고아원에서의 암울한 성장 기억으로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해리 역시 종종 의심과 두려움으로 인해 정체성 혼란을 겪지만, 늘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두 명의 친구들과 틈 날 때마다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주변인들, 그리고 부단한 자기 성찰을 통해 긍정적이고 선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결국 악과 선의 두 갈래 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는 개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해리포터의 아버지, 제임스 포터가 젊은 시절엔 교만하고 어리석었고,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제임스 포터의 따돌림으로 고통 받았다는 사실은 모든 인간에게 이중성이 있음을 잘 드러내 주는 부분이다. 타인에 대해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지 말아야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야 하며, 뭣보다 중요한 것은 너의 배경이 아니라 네가 무엇을 선택하느냐라는 점은 시리즈를 하나로 묶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청소년 대상의 소설답게 소설은 해리의 내적 성장에 촛점이 맞춰져 있고, 이 점은 해리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는데 효과적이다. 일부는 지나치게 해리 위주로 돌아가는 마법세계에 불만일 테지만, 아마도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해리가 자기희생을 통해 (전 마법세계의) 구원과 평화를 이루려던 장면에서 울음보를 터뜨렸을 것이다.
실은 해리와 볼드모트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궁극적인 결말을 이루려면 해리와 볼드모트는 (반드시) 함께 죽음에 이르러야 한다는 생각을 훨씬 전부터 해왔다. 그리고 그 예상이 대충 들어맞는 듯했다. 물론 해리의 죽음을 바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권을 읽다보니, 장장 10년에 걸친 시리즈의 대단원으로는 그만한(해리의 죽음) 것이 없어 보이는 거다. 해리가 자신을 볼드몰트에게 바쳐 죽음의 마법(아브다 카다브라)을 무저항으로 받아들이고 난 다음, 생사의 갈림길에서 스승님을 만나고 덤블도어의 구구절절한 설명을 통해 그의 의도와 계획을 모두 알게 되는 부분은 왠지 사족처럼 느껴진다. 차라리 깔끔하게 해리와 볼드몰트가 함께 정리되었더라면 여운이 더 깊지 않았을까 싶다. 스네이프가 그동안 철저히 덤블도어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으며 미워하는 마음이 있긴 했지만 감추어진 그의 속마음은 해리를 아끼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허무한 결말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스네이프가 덤블도어를 배신했다고 추호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선, 뭐 당연한 결말이었다만.
10년에 걸쳐 기다리고 읽어온 해리 포터를 이로써 끝냈다. 영화 두 편이 남아 있긴 하지만 리뷰를 쓰고 있자니 어쩐지 해리를 떠나보내는 기분이 든다. 일상 속에 숨겨진 마법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 작가에게 우선 고맙고, 판타지 소설과 영화의 중흥에 이바지 한 부분에 대해선 크게 평가하고 싶다. 소설의 완성도로만 보자면 다른 판타지 소설들보다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 없으나, 대중의 눈높이와 기호를 잘 맞추었다는 점에선 롤링의 감각은 아주 탁월하다. 마법을 주제로 한 또다른 소설에 벌써 돌입했다고 하니, 롤링의 차기작을 기대하며,
Obliviate!!
+ 에필로그를 보면 해리와 지니가 결혼하고 론과 허마이오니가 결혼한 것으로 나온다. 19년이 지나고, 아이들을 호그와츠 기차에 태우는 장면에서 이 두 커플이 등장하는데, 해리의 첫 째 아들 이름은 아버지를 따서 제임스, 그리고 딸의 이름은 해리 어머니와 같은 릴리다. 막내 아들의 이름은 "알부스 세베루스"인데, 호그와츠의 교장이자 해리가 존경하는 스승님의 이름을 하나씩 가져왔다.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이 정도라도 보상을 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 같아서는 세베루스가 미들 네임이 아니라 퍼스트 네임이어야 하겠지만, 뭐.
+ 죽는다는 중요 인물 두 사람은 스네이프와 루핀으로 밝혀졌다. 따지고 보면 매드 아이 무디와 도비, 그리고 Tonks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의 인물들이긴 하다. 이들 중 가장 불쌍한 사람은 역시 아들 낳고 바로 죽게 된 루핀 부부(심지어 죽는 장면도 안 나온다). 대부인 해리가 이후에 그들의 아들을 잘 보살펴 주었으리라 믿어 보자. ^^
+ 데들리 할로우즈와 관련하여 세 형제 이야기는 제법 교훈적(?)이다. 죽음을 정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꺼이(두려움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니...우울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