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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보다 정겨운 쫓남
 

<꽃보다 남자>의 인기가 한창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꿋꿋하게 시류(?)를 외면하고 시작했던 드라마가 <내조의 여왕>이다. 뭐, 볼만한 드라마가 거의 없던 차에 꽤 괜찮은 풍자극을 방송하는구나, 싶었던 거다. 그런데 기대를 안 해서 그런가, 보면 볼수록 새록새록 재미가 붙었다 . 무덤에 나란히 누웠다가 이제 다시 태어나는 거라며 서로 부둥켜안고 울던 천지애와 온달수의 장면은 코끝을 찡하게 만들며 은근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요즘 세상에 저런 사조직 부인회(평강회)가 존재함은 말이 안 된다 싶다가도, 정권이 바뀐 다음부턴 광고 수주도 로비발이 최고라는 지인의 말을 떠올리자면, 영 현실성 없는 얘기는 아닌 듯도 하다. 광고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는 김남주도 어색하지 않게 역할을 잘 소화하고, 어수룩한 온달수 역의 오지호도 약간 식상한 이미지이긴 하지만 제법 귀엽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여우 역할이라면 일가견이 있다할 이혜영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내조의 여왕>을 본방으로 감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최근 방송에서의 재미는 단연코 초롱초롱한 두 눈을 크게 뜨고 '내가 뭘?'이라며 쳐다보는, 최철호의 팔딱팔딱 뛰는 코믹연기다.

봉순이의 계략으로 첫사랑 천지애와 이루어지지 못한 아픔을 간직한 남자 한준혁. 처음엔 첫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에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여 온달수를 지애 곁에서 몰아내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준혁은 그렇게 천지분간 못하는 남자가 아니다. 지애에 대한 마음을 정리했다거나,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투철하다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지애가 고생하고 상처 입는 것이 마음 아파 온달수에게 “가정을 지키라고!” 호통 치는, 나름 순정남이시다. 지애에게 불륜비디오를 보여 주려는 봉순을 말렸던 이유도 지애가 받을 충격과 고통 때문. 그래서 어쩌다 보니 온달수와 천지애 부부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본의 아니게 하고 있다.

더 재밌는 건, 그러는 와중에 첫사랑의 남편, 온달수와 차츰 교감한다는 점이다. 지난 주 화장실 에피소드도 그렇고(게이커플이 아닐까 회사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하는) 오늘 방송분에서도 나왔듯이 천지애의 매운 손맛과 성깔, 그리고 무식함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는 분명 앞으로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천지애라는 큰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데다 최근엔 아내에게 꼼짝 못하고 산다는 동질감이 덧붙여졌으니 말이다.

집안의 황제로 군림하고 살던 한준혁이 한순간에 찜질방에서 쪼그려 잠을 자는 신세가 된다는 전개도 흥미롭다. 숨겨왔던 것, 내숭 떨던 것들을 모조리 들킨 봉순은 이제 잃을 것이 없으니 무서울 것도 없다. 사실 퀸즈 푸드가 자랑하는 진정한 내조의 여왕이었던 봉순은 이제 내조의 여왕을 넘어서 황제를 몰아내고 한 집안의 여왕으로 다시 태어날 판이다. 그리고 준혁 역시 지애를 만나고부터 부인에게 평소에 못했던 말들(화장품 냄새가 난다는 둥)을 쏟아낸다. 가식을 벗어던지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부딪치는, 이 부부의 본격적인 부부생활은 실로 지금부터라 할 텐데, 아이 때문에 결혼하고, 사랑 없이 살던 부부가 미운정으로 시작해 어떻게 사랑으로 마침표를 찍을지 자못 궁금하다.


# by 졸리 | 2009/04/28 00:20 | 드라마를 시청하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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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코바 at 2009/04/28 13:49
졸리님~~
와락!!!!!! 반갑습니다.
오늘은 졸리님 블러그에 들러 꼭 나타나시라 이름 한 번 크게 불러야지 하고
작심하고 들어왔더니 글까지 올려주셨네요...^^
<궁> 때문에 님의 블러그를 알게되어 들락거렸던게 벌써 3년전의 일이네요..
사실 어제는 지훈군때문에 마음이 쫌 아파 님생각이 간절히 나기도 했어요..
한국에서 별일없이 연예인으로 사는 것이 참 어려운가봐요. 얼마전 있었던 여자 탤런트일도 그렇구요.. 축복받은 외모와 재능으로 그저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따분하고 우울한 일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예인들이 맘껏 그 끼를 발휘하며 잘 살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ㅜ.ㅜ

내조의 여왕!
요즘 제가 제일 재밌게보고 있는 드라마랍니다.
이야기들이 조금 과장된 부분이 없쟎아 있지만 공감하는 부분 역시 적쟎이 있더라구요. 배우들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그에 맞는 역활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해가는 모습을 보는것도 전 아주 좋구요.
말씀하신 화장실씬~~~~~너무 좋았어요. 혼자 보면서 그 즐거움을 나눌 사람이 옆에 없었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지만ㅜ.ㅜ 어찌 그리 재밌게 표현했는지...
물내리면서 복수하는 달수 ㅋㅋ~ 앞으로 그려질 두 사람의 대결구도가 ...또 서로에 대한 교감이 어찌 표현될지 기대 만땅입니다.

졸리님!
행복한 엄마 노릇과 바쁜 일들로 분주한 일상
보내고 계시겠지만 종종 아니 자주 글 올려 주시어요..
목 마르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오늘 졸리님 글보게되어 무척 행복했습니다.&^^&
Commented by 졸리 at 2009/05/06 15:01
쵸코바님, 뒤늦게 댓글을 다네요. 저도 반가워요.
지훈군 때문에 블로그에 나타났던 건 아니고...ㅋㅋㅋ 블로그를 너무 내버려둔 것 같아, 제대로 관리하려고 해도 늘 맘 같지가 않네요.

캠핑 후기도 써야 하는데..암튼 앞으로는 요모조모 신경 쓸게요.
잊지 않고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초코바 at 2009/05/13 00:38
요즘은 한부장 보는 재미가 젤로 좋아요.
최철호의 찌질함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넘나드는 표정 연기가 압권이예요..^^
기대하던 한부장과 온달수의 구도는 물건너 가버리고
원치않던 애정구도가...ㅜ.ㅜ

종방을 앞두고 있나봐요..
산으로만 가지 않고 끝내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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