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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by 졸리


이 드라마가 왜 인기가 없을까?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시청률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불가다. 시청자를 가르치려 든다는 일부의 지적은 어느 정도 수긍되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비호감의 영역인 정치라는 소재를 다뤄서라고 해도 본격 정치 드라마도 아니거니와 국회를 배경으로 연애하는 내용인데 그게 별 문제랴 싶다. 결국 시청률 저조의 책임 소재는 대선 후 정치에 대한 관심 실종과 영화촬영 때 너무 뛰어서 그런가 얼굴 살이 너무 빠져버린 신하균의 외모로 귀결되는 모양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 시청자 층에게는 남배우의 비쥬얼이 절대적인데 김수영은 이에 걸맞지 않는다는 거다.


드라마를 거의 반 년 동안 보지 않았다. 텔레비전이 고장 나서 못 보기도 했지만 실은 끌리는 소재의 드라마가 없었다. 그리고 나야말로 대선의 과정과 결과에 실망하고 나서 정치 쪽은 큰 관심을 갖지 않으려 애썼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알면 알수록 지리멸렬한 현실과 명확한 한계에 패배감만 커지는 것이 정치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 드라마를 시청하게 된 결정적 이유. 이와 같은 나의 결론과 거의 일치한 생각을 가진 주인공 때문이다. 바로 초딩 감성의 초선의원 김수영. 그는 대한국당이라는 보수당의 탈을 쓴 회색분자(?), 내 편 아닌 자는 모두 나의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틀린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정치인과 국민들 모두를 혐오하는 비정치적 정치인이다.


합리적, 이성적 대화와 토론으로 이해하고 합의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건만, 우리의 정치 세계에선 오로지 서로에 대한 비난과 투쟁만이 살 길이다. 왜냐면 그것만이 이합집산하는 정치판에서 자신들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념과 주관에 따라 크로스보팅을 하는 줏대 있는 국회의원 같은 건 기대조차 말아야 한다. 만날 민생민생 하는데, 정말 국민 생활과 밀착된 문제들, 복잡하게 분열하는 이해집단의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고 화해하게 만드는 데 정치력을 발휘하는 정치인은 찾아볼 길이 없고, 공천권, 당권, 대권, 등등 온갖 권리를 쟁취하는 데에만 타고난 재능을 발휘한다. 같은 당 안에서도 이런저런 계파로 나뉘는 걸 보면 가장 잘하는 건 편가르기. 가장 못하는 건 화합?  “국민 대통합이니, “국민 행복 시대따위의 쌍팔년도에나 어울릴 법한 모토 잘 지어내는 것도 특기라면 특기다.

몇몇 진보적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는 판사 김수영은 이런 정치판을, 시스템을 갈아엎겠다고 호기롭게 정치판에 나선다. 그리고 순진하고 오만했던 만큼 좌절도 빨라서, 금세 이건 애초부터 내가 바꿀 수 있는 판이 아니었어, 라며 신물을 내고 돌아선다. 정치 혐오증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질병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똑같은데, 같은 놈이라면 좀 더 유능해 보이는 놈. 또는 좀 더 착하고 정직해 보이는 놈. 혹은 좀 더 힘 세 보이는 놈을 뽑자, 로 나뉠 뿐이다. 민주주의는 처음부터 우민정치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문득 떠오른 고등학교 윤리선생님의 질문. 너희는 지도자로서 어떤 쪽을 선호하느냐? 어려서부터 왕도정치의 교육을 철저히 받은 왕? 아님, 너희들의 손으로 뽑는 대통령?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통령을 골랐지만 그때 선생님의 마음 속에는 다른 대답이 있었음을 지금은 알고 있다.


김수영이 완벽히 이해됨에도 그의 신분이 현재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다 때려치우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갈 거라는 그의 선택에는 유권자로서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왜냐? 어찌 됐건 남 탓만 하고 회피하는 건 비겁하니까. 정화불가능의 더러운 물이라며 침 퇘! 뱉고 돌아서는 건, 완벽한 패배를 인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열패감에 젖어 아무 노력도 안 한다면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완전히 깨지고 부서질지언정 해보는 데까지 해봐야 하는 거니까.

김수영이 포기한 이 현실정치의 단단하고 거대한 벽 앞에 등장하는 이가 바로 노민영이다. 삶은 더 나아져야 하고 나아질 수 있다고 오그리토그리 멘트를 남발하는 메추리 알 의원은 끝없이 바위치기를 하고 있다. 속해 있는 정당만 다를 뿐 지향점은 거의 일치할 법한, 그리고 같은 현실정치혐오증을 앓는 초선의원 두 사람은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혹은 패배주의자)로서 이처럼 각자 다른 길을 걷는다. 한 사람은 돌아서고 다른 한 사람은 부딪친다. 김수영이 노민영에게 금방 반해버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령부득, 단순과격하고 현실적 방안은 한없이 부족한 이상주의자지만, 그녀에겐 그에게 없는 순도 높은 신념과 순수한 열정이 있다. 늘 깨지면서도 다시 들이대는 시지프스적 무모함. 밟히지도 깨지지도 말라는 김수영의 말 속엔 함께 하지 못하는 자의 자괴감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아무 소용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아직까지 그는 방관할 수밖에 없다.                


복잡한 진영논리가 뒤엉킨 실제 정치판과 한국 사회를 보수와 중도보수, 그리고 소수의 진보로 나누고, 그에 따라 전형적인 캐릭터를 배치하여 정계를 희화하는 이 드라마가 혹자에게는 너무 단순하고 유치해 보일 수 있겠다. 보수당의 김수영과 진보당의 노민영을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직접적으로 묘사하여 드라마의 주요 갈등구조를 시청자들에게 납득, 주입시키려는 것도 지나치게 안이한 방법이라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우연한 국회폭력으로 얽혀 사랑이 싹튼다는 에피소드의 나열 역시 로코의 전형적 전개라 식상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기대한다. 패배자 김수영의 변화를. 비현실적일지라도 어떠한 희망을. 답은 사람들 속에 있다. 나와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 , 이 드라마에서 괴물로 묘사되는 타인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내 권리와 내 소득과, 내가 얻을 혜택을 조금씩 양보할 수 있게 만드는 일. 이것이 바로 정치인들이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이해시키고 공감을 얻어내고 설득하는 것. 보다 옳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위해 내 이기심을 극복하게 만드는 것. 이제 정치는 이념과 진영의 지지부진한 논쟁을 떠나서, 생활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사실 우리의 사소한 선택 하나하나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으니 말이다. 
 

분명 정치에도 사랑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사랑.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데, 보수와 진보의 발전적 로맨스야말로 흑백논리에 갇힌 우리 정치에 무엇보다 필요한 스캔들일 것이다.   

        



덧글

  • 이요 2013/04/21 11:38 # 답글

    저도 이 드라마 볼 때마다 생각해요. 왜 이게 시청률이 안나올까?^^
  • 졸리 2013/04/21 12:37 #

    저처럼 다운로드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요? 저희 집 텔레비전 고장 안 났을 때는 닐슨 시청률 조사기도 달려 있어서 시청률 상승에 보탬이 쬐금 되었을 텐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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