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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힘의 논리와 밀실 연애 by 졸리

현실적으로 “힘”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있어도 실현할 수가 없다. 대한국당 고대표 주장하고 아마도 그의 신념이 되어 버린, “힘이 있는 곳에 선 의지도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케케묵은 논쟁거리를 살짝 뒤집으면, 수단이 있는 곳에서 좋은 목적이 나올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쉽게 말하면, 도덕적 실천의지와 실행력을 동시에 지닌 집권당, 자선 사업에 깊은 뜻을 가진 재벌 같은 이들은 가진 힘으로 좋은 일들을 비교적 손쉽게, 많이 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힘을 가진 자의 선한 의지에 순진한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는 걸. 돈과 권력의 섭리란 모름지기 99%를 가진 소수가 나머지 1%를 탐하게 마련이라는 걸. 지나간 역사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보여주고 있지 않나. 이건 선한 의지를 갖고 안 갖고의 문제가 아니다. 성장 가치가 우선시 되는 자본주의 사회, 힘의 논리에 휘둘리기 쉬운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태생적 한계다. 그래서 고대표의 말에는 1g의 진정성조차 있을 수 없다.

의원이라고는 달랑 두 명뿐인 녹색정의당 노민영 의원에게는 선의의 목적을 현실화할 “힘”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가진 것은 오로지 선의뿐인 노의원은 계속 깨지고 밟혀오며 공룡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에 급급하다. 지금 기댈 곳은 오로지 지지자들의 변치 않는 믿음뿐이기에 김수영 의원을 힘들여 밀어낼 수밖에 없다. 정치적 비관주의자에 가까운 모두까기 김수영이 혐오하는 것 역시 한없이 올라가야 한다고 끝없이 강권하는 바로 그 “힘”이다. 사법연수원에서 판사로, 이어서 부장판사로, 그리고 아마도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 검찰총장 같은 것으로…권력욕이란 마셔도 마셔도 목마른 바닷물과 같다. 그 끝 모르고 답 없는 권력쟁취에 자기 인생을 다 걸기엔, 김의원은 너무나 자기애가 강하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이성적이다!). 그리고 단순하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일을 속된 말로 꼴리는 대로 하면서 살고 싶은 그에게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대의나 명분 따위는 가식과 자기기만으로 보인다.

김수영 의원이 노 의원에게 싸인하라고 들이민 법안은 참신한 고백의 방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 정치가 발의해야 할 근원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집권당과 야당이 왜 존재하며, 그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이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다양한 계층과 온갖 이익집단이 갈등하고 반목하는 다면적이고 복잡한 한국 사회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하는데 쏟아도 모자랄 그 “힘”이란 것을 소모적 권력싸움에 소진하고 마는 지금의 정치 구도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뜯어고쳐야 하는가?

우려했던 대로 분당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듯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당의 초라한 모습. 계파 싸움과 책임 떠넘기기로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느라 정체성과 지지자를 모두 잃어버리고 있는 지금 **당은 찌꺼기 힘을 쫓다가 자멸하고 마는 정치인들의 초라한 말로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역시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국민을 바라보지 못하는 정치인들에게 미래란 없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김수영 의원에게 지상최대의 과제인 “연애”가 어쩌면 우리 정치에 딱 맞는 처방전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한 명분이나 도덕적 선의지 따위가 아니라, 여야의 연대와 화합이 필요한 이유가 그저 유치하고 지질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연애이기 때문에. 정치인들도 국민들도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국민들 앞에서는 투쟁하고 밀실에서 야합하는, 방송국 카메라 돌아갈 때에는 무섭게 질의하다가 카메라 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하호호 하는 그런 정치쇼 말고. 그럴 듯하고 어려운 말로 포장하고 위장하는 그런 정치 선전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밥그릇을 소중히 여기는, 국민들마저 편가르기 싸움으로 내몰지 않는 그런 정치를, 국민들이 정치적 선택 앞에서 이성적 고민이라는 걸 하게 만들고 정치에 대해서 더 알고 싶게 만드는 그런 정치 문화를 나는 보고 싶다. 거대 담론이 사라진 전환기이자 “자유”라는 가치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해야 하는 “밀실 연애”가 웬 말이냔 말이다.

김수영 의원과 노민영 의원의 밀실 연애가 광장으로 나오게 될 때, 그것이 그저 정치사 초유의 스캔들이나 여야의 대립구도를 넘어선 아름다운 미담 따위로 퇴색되는 것이 아니라 구태적 후진적 정치문화에 획을 긋는, 작지만 큰 발자국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김수영 의원이 애초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꿈꾸었던 목표 달성의 첫걸음이 되길 기대하며, <내 연애의 모든 것>을 통해 나는 오늘도 작은 위로를 받는다. 우리 정치도 언젠가는 달라질 수 있겠지, 하는 작은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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